대전, 충남지역과 인연을 맺고있는 문학인들은 많다. 한용운,신채호를 비롯하여 이기영, 김형원, 윤곤강, 신석초, 신동엽, 정훈, 박용래, 김관식, 한성기, 이덕영, 정한모 등은 한국 근현대문학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차지하고 있는 문인들이다.
소설가 지요하(63) 역시 이러한 인연을 잇고 있는 향토예술인으로 손꼽히는 작가다. 지요하씨가 지난 해 가을 펴낸장편소설‘향수’는 소재뿐만 아니라 책을 출간한 출판사도지역을 고집해 지역의 정신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장편소설‘향수’는 충남 태안을 무대로 한 소설이다. 태안읍 평천리 사람 허칠만과 안면읍 정당리 여자 한미숙이 주인공이다. 태안의 마을 지명들이 많이 나오고, 태안과 서산을 중심으로 한 충청도 서북부 지방 사투리의 원형이 그대로 복원된 작품이다. 재미와 감동, 메시지와 실험성이 고루융합된 작품이다.
지요하 작가는 1948년 충남 태안에서 태어났다. 1982년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다. 대표 장편소설로는‘신화 잠들다’,‘ 인간의 늪’,‘ 회색정글’,‘ 검은미로의하얀 날개’등이 있다.
지요하 작가는 태안 토박이답게 오랜 세월 고향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자신의 절실한 체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켜왔다. 그도 한때 고향을 떠나 산 시절이 있었다. 월남에 파병갔던 그는 제대 후 고향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몇 년 동안 객지 생활을 했다. 서울의건설공사장, 경남 마산의 화력발전소, 경기도 남양만의 간척공사장 등을 전전하다가1980년비로소고향에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온 그가 더욱 절절하게 관심을 가진 것은 흙의 심성, 그것의 매몰과 상실이었다. 1981년 고향에서 흙빛문학회를 창립했고, 1983년 초 동인지 <흙빛문학>을 창간했다.
생명의 원천이며 본향인 흙에 대한 외경심을 지니고, 흙의심성을 구체화하려고 했던 그와 그의 고향에 큰 재앙이 닥쳐왔다. 지난 2007년 터진 허베이스피리트호유류유출사고가 그것이다.
당시 전국에서 태안을 찾는 수많은 천주교 신자 자원봉사자들을 작업 현장으로 안내하고 이런저런 뒷바라지를 하는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렇게 하루 종일 기름 냄새를 맡고돌아와서는 밤늦도록 본업인 글을 썼다. 그런 일을 넉 달넘게 하다 보니 과로누적으로 면역력이 저하되었고, 결국세균 감염으로 심장과 폐와 식도 사이에 염증이 생겼다. 하찮게 여기고 오래 방치한 탓에 팔과 다리로 농양이 번져 급기야는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굳센 의지로 병마를털고 일어난 그는‘고향을 지키는 작가’라는 별칭답게 태안을 소재로 한‘향수’를 발표했다.
1982년 등단 이후 줄곧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는 그는 소설, 수필, 시, 희곡 등 전 장르에 걸쳐 왕성한 작품활동을펼치고 있다.문학인으로서사회적인 책무에도 깊은 사명감을 갖고 종교, 사회, 지역예술에 대한 발언과 참여에도적극적이다.
그는 고향사랑의 정신을 지역문화예술의 명맥을 이어가는작업으로도 남기고 있다. 1994년부터 충남의 대표적 예술인과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예술세계와 업적, 살아온 내력과 갖가지 삶의 애환들을 글에 담아내는 작업을 16년 째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분야별로 대표적인 예술인들과 장인 51명을 탐방해 2000년에 20명 이야기를 묶은 <명맥>을 출간했고, 2008년에는 26명 이야기를 묶은 <하늘우러러 산천을 보듬고>를 출간했다.
김 란기자/보도부장 ran6527@hanmail.net
기사최종편집일: 2025-08-14 10: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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