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20조 원어치나 된다한다. 2000만 원 짜리 중형 자동차 100만대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실로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배운 노래들이 가난과 관련된 것이 많았다. 우선 생각나는 것이 ‘기찻길 옆 오막살이’다.
기차길옆 오막살이/아기 아기 잘도 잔다/칙폭 칙칙폭폭/칙칙폭폭 칙칙폭폭/기차소리 요란해도/아기 아기 잘도 잔다/
기찻길 옆에라도 집을 짓고 살아야만 했던, 우리가 얼마나 어렵게 살았던가를 알게 하는 동요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를 들어보자.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파란 우산 깜장 우산 찢어진 우산/좁다란 학교 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이 동요에서도 가난이 묻어난다. 종이에 기름먹인 우산을 사용해야 했던 시절이었고, 찢어진 우산도 버릴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필자도 찢어진 곳을 피해 이리저리 돌리며 사용했던기억이 새록이 난다. 지금이야 어느 시골 동네라도 자동차가 드나드는 넓은 길이 뚫려 있지만 그 때는 자동차도 없었을 뿐 아니라 동네 들어가는 길도 매우 좁았다. 그나마 조금 넓다는 길이 지금은 없어진 소가 끄는 구루마 정도나 다닐 수 있었다.
애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장대들고 망태 메고 뒷동산으로/저 건너 순이네 불을 못 켜서/밤이면 바느질도 못 한다더라/
언뜻 낭만이 깃든 듯한 노랫말 같지만 역시 가난이 묻어난다. 그 당시는 낮에 보이는 것도 가난한 삶이었고, 밤에 보이는 정경도 슬픈 가난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필자는 아무런 느낌도 없이 이런 노래를 흥겹고 즐겁게 불렀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 크다.
또한, 초등학교 시절에 미국에서 보내준 옥수수가루나, 덩어리가 섞여있는 우유가루를 배급받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식량이 모자라 어렵게 보릿고개를 넘기던 시절에 미국은 잉여농산물을 우리나라에 보내줬으니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차이였다. 우리는 이를 고맙게 얻어먹었고 미국(美國),즉 아름다운 나라라 불렀다. 이웃나라 일본도 이 나라를 쌀이 많은 부자 나라, 미국(米國)이라 불렀다. 어쨌든 가난할 때 먹을 것을 보내준 고마운 나라였다고 기억한다.
또한, 쌀이 모자라 보리쌀이나 콩.팥 등 잡곡을 섞은 혼식을 해야만 하고, 어느 날 하루 한 끼는 밀가루 음식을 먹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것도 자율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권장하고 강제했던 일이었다. 또, 얼마나 가난이 서러웠으면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자는 노래를 불렀었겠는가.
잘 살아보세/잘 살아보세/우리도 한 번/잘 살아보세/로 시작되던 노래다. 새마을 운동과 함께 불려졌던 7.80년대 무렵의 노래로 기억된다.
그런데 우리가 잘살게 된지 얼마나 됐다고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는 음식물이 년간 20조원이나 된다니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농.축.수산물 거의 모두를 수입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라도 처절하게 못살았던 옛 날을 되돌아보고 나라경제마저 어려운 이 때, 국민 모두가 현명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시어머니가 너무 작은 밥솥을 줘 굶어 죽은 새색시의 넋이 소쩍새가 되어 ‘솥이 쩍다/ 솥이 쩍다’ 피울음 운다는 슬픈 전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어느 중견 기업의 사내식당 배식구에 ‘먹을 만큼 알맞게, 모자라면 한 번 더’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주.부식은 자율 배식이었고 배식구에서는 국그릇만을 내주고 있었다. 누구나 알맞게 먹고 음식물을 쓰레기로 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前 부여군 부군수 라창호)
기사최종편집일: 2025-08-14 10: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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